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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Manage episode 379322955 series 96198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미안해. 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 병원에 사람이 많네." 오랜만에 35년 지기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딩동 문자가 옵니다. "어디가 아픈 거야? 천천히 일 보고 와." 병원이라는 말에 은근 걱정되기도 하고 이젠 아플 나이이기도 한데 그저 아프지 않고 매일매일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래보는 요즘입니다.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 아이들 친구엄마로 만난 친구들인데 그때가 유치원생 지금은 40을 바라보는 딸들의 모습에 가끔 헉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만큼 늙었다는 거니까. 약속장소인 건대입구에 도착하니 한 친구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찍 왔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많은 친구들 모임 중에 언제나 제일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라고 입 모아 말하는 우리들. 성격은 서로 판이하지만 생각도 비슷하고 한 번도 싸워서 토라져 본 적 없는 친구들. 잠시 후 병원 들렀다 온 친구도 도착하고 늘 그랬듯이 각각의 3가지 음식을 시켜서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들이다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건강문제나 손주들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남편 얘기들..쌍둥이 손주들을 돌봐주다 보니 팔도 아프고 무릎도 다 망가지고 조심한다고 해도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러다보니 병원 드나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옆지기 남편이 도와주면 조금 나을 것 같은데 어그적거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자기 몸이나 관리 잘 해주길 바라는 게 더 나을 듯하다며 혀를 끌끌 찹니다. 한 친구는 치매로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가끔 가서 뵙는데 늘 갈 때마다 울컥해서 발길을 돌리기가 정말 마음 아프다고.. 그럼요 그 마음 저희도 다 알죠. 그렇게 계시다가 다들 돌아가셨거든요. 효도라는 건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하거늘 안계시니 발을 동동 구르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네요. 서로의 웃픈 삶을 얘기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렇게 얼굴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식후 커피한잔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친구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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