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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더도 덜도 말고 사람답게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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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서기 2031년, 인류가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쏘아올린 'CW-7'이라는 장치 탓에 지구는 새로운 빙하기를 맞게 되고, 생존자들은 기차 안에서 계급별로 나뉘어 17년째 살아가고 있다. 다수의 꼬리칸 사람들은 매일 밤 군대에서처럼 줄별로 앉으면서 번호를 외치고,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단백질 블록을 끼니로 배급 받아 연명하고 있다.   어느 날 불합리한 대우에 저항해 들고 일어났다가 진압된 꼬리칸 사람들을 모아두고 열차 세계의 총리인 메이슨(틸다 스윈튼)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질서 덕에 이 자리에서 얼어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거야. 모든 것은 성스러운 엔진 덕분에 존재한다!"   열차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철저히 감시받으며 사는 자신들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바꾸고 싶은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되뇐다. "우린 앞칸으로 가도 절대 그런 짓 안해."   커티스를 중심으로 그를 부모처럼 따르는 에드가(제이미 벨), 꼬리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길리엄(존 허트), 앞칸 사람들에게 자식을 빼앗긴 타냐(옥타비아 스펜서)와 앤드류(이완 브렘너) 등은 각자의 간절한 이유를 갖고 한 칸 한 칸 앞쪽으로 돌진한다. 여기에 열차 문을 열 수 있는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열차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의 딸 요나(고아성)가 합류하면서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도 본격화한다.   꼬리칸 사람들이 앞칸으로 돌진해 얻으려는 목표물은 분명하다. 바로 열차의 제일 앞칸에 있는 엔진이다. 반란군이 앞칸으로 전진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궁금증이 있다. '반란군이 엔진을 얻은 뒤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무엇보다 충실하려 애쓴 점도 눈길을 끈다. 오프닝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장면 대신, 옅은 눈발을 배경으로 지구 온난화를 개선할 CW-7의 효과를 설명하는 뉴스 해설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대한 사상가로 불리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인류 역사가 다섯 단계에 걸쳐 발전한다고 봤다. 식량 등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던 원시 공산제 사회는 국가·사유재산 개념이 생겨나고 그 정도에 따라 계급이 나뉘면서 고대 노예제 사회로 이행했다. 이어 중앙 권력이 약해진 틈을 타 지방 영주들이 세력을 키우면서 노예제는 봉건제로 바뀌고 인류(엄밀히 말하면 서양)는 중세를 맞았다.    설국열차 속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열차의 엔진을 장악하고 있는 절대자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머무는 맨 앞칸의 문에는 '윌포드 산업(Wilford Industry)'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가 기업가 출신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열차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까닭에 열차라는 차악이 진리로 탈바꿈한 셈이다. 하지만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자본주의는 더욱 철저하게 인간을 도구로 삼아 덩치를 키우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 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마르크스의 부활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설국열차가 바라는 세상 역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리라.   강렬한 메시지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설국열차는 그 자체로 재밌는 영화다. 즉석 통역기가 있다는 설정을 만들어 송강호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한 점, 각 열차 칸마다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발상, '끝판왕'이 사는 머리칸 까지 열차 칸을 하나하나 격파해 가는 액션신이 주는 카타르시스 등은 125분의 상영 시간 동안 지루할 세가 없게 만든다. 상업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짚어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 감각은 이번에도 성공한 듯하다.   8월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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