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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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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랜만에 온 딸의 얼굴은 많이 해쓱해 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물어도, 애써 웃으며 아무 일 없다고 하지만 힘든 일이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아픈 손가락이지만 유독 이 큰딸은 더욱 애잔합니다. 가난한 농사꾼의 맏딸로 태어나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 돌보느라 자신을 위한 생활이 없었고 어려운 형편에 대학도 중퇴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동생들 공부시키고 결혼할 때는 집수리에 보태라고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딸이 클 때 보는 사람들마다 맏며느리감이 라고 칭찬 했는데 타고난 운명인지 맏며느리로 시부모와 함께 사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보니 맏며느리 자리는 아무리 좋은 시부모라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딸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내가 많이 반대했지요. 내 걱정과 달리 그래도 딸은 슬기롭게 잘 하며 살았고 어른들께 예쁨도 받았습니다. 딸이 김치만두를 만들어 먹자고 하길 레 묵은 김치를 꺼내 속 재료를 만들고 만두피도 반죽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무얼 먹고 싶다고 한 게.. 친정에 오면 그저 팔 걷어 부치고 이리저리 집 청소부터, 냉장고 정리며 잠시도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 가는 딸입니다. 집에서도 대식구 살림에 잠시도 쉬지 않을게 눈에 보입니다. 큼지막하게 만든 만두를 실컷 먹더니 진짜 맛있다고 배를 두드리며 아랫목에 눕더니 금방 잠이 드는데 끙끙 앓는 소리를 냅니다. 그렇게 한참 뒤, 딸의 전화가 요란스레 울리고 집에 가야한다며 애들 먹인다고 만두 남은 걸 싸달라고 하는데 그 순간 화가 나서 한마디를 해 버렸습니다. ‘너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내 딸이 더 귀해. 그러니까 애들만 주지 말고 너부터 먹어.’ ‘엄마는 그럼 왜 안 먹고 나만 주는데? 나도 엄마보고 배운 거라 어쩔 수 없어. 나는 잘 먹고 있으니 걱정 마요.’ 라고 웃습니다. 지금 무슨 일로 우리 딸이 힘든지 알 수 없지만 잘 헤쳐나가리라고 믿습니다. 지금의 시간이 지나가면 분명 딸에게도 소중한 시간이고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딸, 응원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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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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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딸의 얼굴은 많이 해쓱해 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물어도, 애써 웃으며 아무 일 없다고 하지만 힘든 일이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아픈 손가락이지만 유독 이 큰딸은 더욱 애잔합니다. 가난한 농사꾼의 맏딸로 태어나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 돌보느라 자신을 위한 생활이 없었고 어려운 형편에 대학도 중퇴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동생들 공부시키고 결혼할 때는 집수리에 보태라고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딸이 클 때 보는 사람들마다 맏며느리감이 라고 칭찬 했는데 타고난 운명인지 맏며느리로 시부모와 함께 사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보니 맏며느리 자리는 아무리 좋은 시부모라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딸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내가 많이 반대했지요. 내 걱정과 달리 그래도 딸은 슬기롭게 잘 하며 살았고 어른들께 예쁨도 받았습니다. 딸이 김치만두를 만들어 먹자고 하길 레 묵은 김치를 꺼내 속 재료를 만들고 만두피도 반죽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무얼 먹고 싶다고 한 게.. 친정에 오면 그저 팔 걷어 부치고 이리저리 집 청소부터, 냉장고 정리며 잠시도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 가는 딸입니다. 집에서도 대식구 살림에 잠시도 쉬지 않을게 눈에 보입니다. 큼지막하게 만든 만두를 실컷 먹더니 진짜 맛있다고 배를 두드리며 아랫목에 눕더니 금방 잠이 드는데 끙끙 앓는 소리를 냅니다. 그렇게 한참 뒤, 딸의 전화가 요란스레 울리고 집에 가야한다며 애들 먹인다고 만두 남은 걸 싸달라고 하는데 그 순간 화가 나서 한마디를 해 버렸습니다. ‘너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내 딸이 더 귀해. 그러니까 애들만 주지 말고 너부터 먹어.’ ‘엄마는 그럼 왜 안 먹고 나만 주는데? 나도 엄마보고 배운 거라 어쩔 수 없어. 나는 잘 먹고 있으니 걱정 마요.’ 라고 웃습니다. 지금 무슨 일로 우리 딸이 힘든지 알 수 없지만 잘 헤쳐나가리라고 믿습니다. 지금의 시간이 지나가면 분명 딸에게도 소중한 시간이고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딸, 응원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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